30년 생애 처음 내 손으로 한 끼 식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28
‘진석 씨도 남은 힘으로, 자기 손으로 밥을 먹을 수 있다면……. 밥을 먹여주는 것보다 지저분하고,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력도 해야 한다. 하지만 자기 손으로 밥 먹는 모습을 상상하니 포기할 수 없다.’ 이런 바람으로 훈련에 가까운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박진석 씨는 뇌성마비를 앓았습니다. 양손이 불편해서 식사 때마다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모님과 살 때도, 특수학교를 다닐 때도, 학교 졸업 후 시설에 살면서 줄곧 그랬습니다.
월평빌라 입주 당시, 진석 씨의 투지는 대단했습니다.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 휠체어를 움직였고, 입으로 자판을 두드려 글을 썼습니다. 무엇이든 본인이 하겠다는 의지가 컸습니다. 그래서 입주 한 달쯤 되었을 때, 진석 씨의 남은 힘으로, 자기 손으로 밥을 먹어 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진석 씨는 양손 모두 불편합니다. 숟가락을 움켜쥐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첫날은 오른손으로, 또 왼손으로 먹어봤습니다. 직원이 진석 씨의 손과 팔을 잡아 고정했지만, 밥알과 반찬과 국물이 사방으로 튀며 식탁과 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 무모했습니다. 위로라면, 두 번 시도 만에 숟가락을 움켜잡았다는 것과 오른팔이 더 자연스럽고 편하다는 걸 알았다는 겁니다.
남은 힘으로, 자기 힘으로 밥을 먹는다는 건 만만치 않았습니다. 당사자의 의지와 노력은 물론 직원의 의지와 노력도 필요했습니다. 불가능한 일에 매달리는 건 아닌지 확신이 없었습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 할 수 있는 만큼 하게 하자 했지만,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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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문보기 http://abnews.kr/1EjD
* 이글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협회동향 309 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