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통합의 모델, 충만한공방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월평빌라' 이야기-38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8-03-26 10:58:04
주영(가명) 씨는 취업에 애를 썼습니다. 야채 가게와 양계장에서 일했는데, 결국 모두 그만두었습니다. 의기소침했습니다. 직장은 내려놓고, 취미로 요가학원을 다녔습니다. 요가 동작이 주영 씨의 불안한 걸음과 불안정한 평형감각, 틀어진 골반에 유익하기 바랐습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갑니다. 8년째 다닙니다.
2012년 여름, 요가학원에 익숙하자, 다닐 만한 학원을 더 알아봤습니다. 종이접기 강좌, 퀼트 강좌, 뜨개질학원, 아로마공방. 수강생이 적어서 폐강하고, 강사 사정으로 폐강하고, 학원이 문을 닫아서… 번번이 돌아섰습니다. 정히 배우고 싶으면 강사에게 연락해 보라며 추천받은 게 인연이 되어 ‘충만한공방’에 6년째 다닙니다.
충만한공방은 주영 씨를 사로잡았습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주영 씨가 선택·통제하며 직접 하는 게 많습니다. 주영 씨가 만드는 공예품은 매우 쓸모 있습니다. 공방 원장님이 주영 씨를 각별히 여깁니다. 회원으로 잘 지내고, 회원들과 잘 어울립니다. 작품 활동 외에도 공방 행사가 다양합니다.
여느 사람의 취미 활동도 이렇죠. 활동에 흥미·소질이 있거나 회원들과 관계가 좋으면 역동이 생기고 오래 하게 됩니다. 취미 활동 외에 회식·나들이·대회 참가 같은 여러 행사에 참여하며 사람들과 어울리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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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에서 주영 씨가 선택·통제하며 직접 하는 게 많습니다. 작품을 선택하고, 재료를 고르고 계량하고, 재료를 틀에 담고, 열을 가하고, 틀에서 분리하는 작업 대부분을 주영 씨가 직접 합니다. 어떤 것은 굉장히 흥미 있어 하고 어떤 것은 요령과 기술이 생깁니다.
❙오늘 수업은 비누 만들기. 공방 원장님은 주영 씨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주영 씨가 저울로 각 재료의 정량을 맞추어 여러 재료를 혼합했다. 천천히 재료를 섞고 만지며 흥미 있어 했다. 원장님은 여러 모양의 비누 틀을 보여주며 주영 씨가 선택하게 했다. 물고기 모양을 골랐다. 주영 씨가 재료를 틀에 부었다. 15분 정도 식고 굳으면 예쁜 비누가 된다. 「2012년 8월 2일 일지, 송숙희」 발췌·편집
❙“주영 씨, 오늘은 뭐 만들까요?” 원장님은 종종 주영 씨에게 그날 만들 것을 묻는다. 주영 씨가 손으로 몸을 쓰다듬었다. “몸에 바르는 로션?” “아니 아니, 이거.” 주영 씨가 다시 손으로 몸을 쓰다듬었다. “아, 몸 씻는 거요? 바디클렌저?” 주영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주영 씨, 바디클렌저 떨어졌구나?” 원장님은 주영 씨의 어눌한 말을 알아들으려고 애쓴다. 주영 씨의 손짓을 자세히 본다. 몇 번을 물어서 기어이 알아듣는다. 천연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리고 재료를 섞었다. 「2015년 2월 5일 일지, 송숙희」 발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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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 씨가 만드는 것은 생활에 매우 쓸모 있습니다. 비누, 바디클렌저, 세정제, 세제, 섬유유연제, 스킨, 핸드크림, 수분크림, 썬크림, 립스틱, 살균제, 모기 기피제…. 주영 씨가 씻고 화장하고 몸을 가꾸고 살림하는 데 씁니다. 명절에 주영 씨가 만든 공예품으로 선물합니다. 좋은 것은 하나 더 만들어서 지인들에게 선물합니다.
❙“주영 씨, 추석에 선물할 분 있어요?” 주영 씨는 목사님과 요가학원 원장님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그럼, 선물로 뭐가 좋을까?” 원장님과 주영 씨가 한참 의논했다. 비누로 정했다. 다른 회원들도 비누를 만들었다. 여자들의 수다가 이어졌다. 이번 추석은 주영 씨가 만든 ‘비누세트’를 선물한다. 「2012년 9월 5일 일지, 송숙희」 발췌·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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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에이블뉴스 2018-03-26 기사를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