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을 둘러싼 이슈와 과제
40여년을 쉼 없이 달리고 정년퇴임한 장애란 원장께 묻다
글쓴이 장애란
20여년을 일했던 동천의집을 떠난지 3개월이 채 안됐습니다. 아직은 낮 동안은 여유로운 시간이 없었던 40여년의 직장생활이 더 몸에 익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에 대해 적응이 덜 됩니다. 몸은 그럴지라도 생각은 끊임없이 장애인복지의 언저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현장에 있을 때보다는 조금 더 객관적으로 장애인복지를 관찰해 보는 시각을 가지려 하지만 패러다임이 급작스럽게 변하고 사회의 요구는 급진적인데 반해 장애인거주시설의 운영자들이 조금은 너무 안일한 대처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광화문 지하도에서 5년동안 농성을 하던 전국장애인차별연대의 농성장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찾아가 장애인부양의무제 폐지위원회, 장애인등급제 폐지위원회, 장애인 탈시설위원회를 설치키로 합니다. 아마도 2011년 일명 ‘도가니’로 인해 인권전수조사 등으로 시달렸던 거주시설들이 이제는 탈시설과 자립지원을 위해 혼돈의 시간들을 갖게 될 것 같습니다.
이들은 탈시설에 관해서 “모든 장애인수용시설을 폐쇄하라!, 시설을 만들지 말고 장애인을 시설로 보내지 말라! 우리는 작은 시설이 아니라 시설 폐쇄를 원한다! 모든 장애인은 시설이 아니라 사회에서 함께 살아야한다! 중앙정부차원의 시설폐쇄정책을 만들어라! 시설 예산을 끊고 지역사회로 돌려라! 수용시설 폐쇄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첫 걸음이다!”라고 주장합니다.
모든 장애인거주시설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을 막는 수용시설로서 적폐대상으로 인식을 합니다. 돈벌이, 비즈니스 수단을 위해 시설을 운영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설을 폐쇄하고 활동보조인을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저는 노인시설 사무국장으로 시설 근무를 시작하여 장애인시설 원장으로 퇴직을 하였습니다. 7,80년대 근무할 때에는 급여를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정부에서 지금도 낮은 사회복지 근무자의 급여를 그나마도 전액 지불하지 않고 70%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시설에서 채우라고 할 때 시설이 무슨 여유가 있어 전 직원의 급여 및 운영비, 생계비의 30%를 채울 수 있었겠습니까! 그 70%로 100%인 것처럼 쓰다 보니 급여가 형편없었지요.
돈벌이, 비즈니스 때문에 시설을 운영했다면 중소기업에 다니던 친구의 급여 70% 정도를 받으며 평생 일하지 않았을 겁니다. 암튼 온갖 고생을 하며 시설을 운영해도 돌아오는 것은 오해 아닌 오해를 받는 것이 돈벌이 비즈니스를 위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사회복지 시설의 종사자 급여가 현실화되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전문가집단이 가장 싫다는 장애당사자들의 인식입니다.
장애인복지를 논하자면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시초는 정부가 장애인에 대해 아무런 지원도 계획도 없을 때 민간이 나서서 장애인들을 도왔던 것이 장애인복지의 시작입니다. 그 민간이 시작했던 시설들이 지금의 거주시설입니다.
정부가 지원을 시작하면서 법인을 만들기 위해 개인재산을 전부 넣었던 1세대 설립자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는 없습니다. 이들에게 훈장을 주고 그 노고를 치하를 해도 부족할 텐데, 세월이 흘러 시설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눈의 가시가 되어버렸고, 대규모시설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던 경제적 논리로 인해 개인의 결정권이나 개별화 서비스를 할 수도 없었던 열악한 시절을 겪고 이제 겨우 서비스다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때가 되니 적폐로 오해를 받습니다.
물론 언론을 오르내리는 일부의 몰지각한 운영자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몰지각한 사람들은 사회 곳곳에 너무나도 많습니다. 지금의 거주시설의 이용자들 중에는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고아들이 많고, 자해 타해가 심한 중증장애인들이 많아 자립을 지원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괴성을 지른다던지 폭력성이 있는 등 지역사회에서 도저히 적응을 할 수없는 분들은 시설에서 살고 있지만 어떻게든 그분들도 사회인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노력을 하고 있으니 거주시설에서 노력을 않는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탈시설보다는 시설이 필요 없는 사회가 먼저 되어야 함을 간과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광주대학교 이용교교수는 “사회복지시설은 꼭 필요하다고 봅니다. 특히 중증장애인에게 시설은 생명의 보전을 위해서도 필요합니다. 마치 환자에게는 그 상황에 따라 중환자실, 일반 입원실, 낮 병원, 통원 서비스 등이 필요하듯이 아동, 장애인, 노인 등에게도 24시간 보호시설, 낮 혹은 시간제 보호시설, 시간제 이용시설, 보호주택 등이 필요합니다.
일차적으로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시설과 서비스의 다양성을 보장하고, 당사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면 가족과 전문가가 함께 판정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시설로만 보냈던 정책도 문제이지만, 모든 사람을 시설 밖으로 내모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중증장애인이 사는 집에 24시간 활동보조원을 파견하는 것도 합리적이지 않을 때가 많고, 많은 독거노인이 간혹 반찬을 제공하는 것보다는 주간보호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당사자의 의견을 통해서 들을 적이 있습니다. 사람이 그립다는 것입니다".라고 이야기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시설운영자가 하면 돈벌이, 비즈니스를 위한 자기합리화라고 하겠지만, 탈(脫)시설, 반(反)시설을 외치는 사람들은 시설을 지역사회와 분리시키지 않는 것,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인로서 섞여 살아가도록 비장애인들이 받아들이는 정상화운동(Normalization)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해야 합니다.
집값 하락 염려 때문에 특수학교 설치를 반대하는 비장애인들의 의식 속에 같은 지역사회인으로서의 장애인의 삶이 동등하지가 않음에 오히려 운동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시설운영자들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합니다.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러는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또한, 협회가 ‘시설을 위해 무엇을 하였느냐 왜 지방협회를 지원하지 않느냐’고 하기 전 ‘회비 내는 일 외에 협회를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한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협회는 회장이 협회가 아니라 회원이 협회입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속에서 새롭게 회장이 바뀌면 난장토론을 통해서라도 개개의 시설의 발전이 아닌 장애인거주시설의 발전을 위한 합리적인 발전방안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밤을 지새우면서 허심탄회한 논의를 통해 힘을 합했으면 좋겠습니다.
항상 변화하는 패러다임과 정책과, 세계적인 흐름에 깨어있는 운영자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곁에서 지켜보는 눈으로 한번 이야기합니다.
* 장애란 원장님은 40여년 동안 현장에 계시다가 지난 2017. 6. 23 동천의집에서 정년퇴임 하셨습니다.
[본문은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협회동향' 2017-09-25 작성글에서 발췌하였습니다.]